저는 재즈를 참 좋아합니다. 전통적인 재즈도 좋아하지만 일본 특유의 색으로 재해석한 일본의 재즈도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일본의 재즈 아티스트중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선 OST를 재즈로 편곡한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의 곡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는 매년 내한을 했었는데, 올해 내한 10주년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 지브리 OST와 재즈의 만남.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 저는 12월 14일 백암아트홀 공연을 예매했었습니다. 연말마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한 해 마무리하는 게 좋았거든요. 특히, 人生のメリーゴーランド (인생의 회전목마)와 帰らざる日々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히사이시 조 오케스트라의 곡도 좋아하지만, 트리오의 느낌으로 먹먹하게 연주하는 帰らざる日々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을 듣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맺히기도 합니다.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의 곡들은 한없이 먹먹하기도, 한없이 발랄하기도 하며 위 소개한 두곡 이외에도 수많은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OST를 재즈로 편곡했고,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매년 한국을 찾아 그들의 곡을 연주했고, 한국에서의 인기를 아는 건지 'December in Seoul'이라는 곡을 2018년 내한 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참 좋아하는 트리오인데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는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이제 지친다.
외식산업과 문화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자영업자는 망하는 게 더 어려워 버티고 있고, 문화계 종사자들은 본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유튜브나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그 외 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겨우 연명하는 상황입니다. 2021년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 회복이 발표되었지만 폭증한 확진자에 더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우린 또다시 방역지침이란 울타리로 보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식당은 또다시 영업제한, 사적 모임 제한, 공연 취소 등, 이제는 마스크가 없었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이 변했고, 저를 눈물짓게 만들었던 그 공연도 다시 갈 수 없는 상황이 다른 의미로 눈물짓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다시 돌아갈 순 있을까요?
돌아올 수 없는 날들
우리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방역지침 등으로 폐쇄된 지금의 삶이 일상으로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가끔 TV를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등장인물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는 사람을 보면 불안해보이는 건, 여러사람들이 모여있는것이 불편해 보이는건, 어쩌면 우리도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집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개인의 울타리 안에 살아가는 것이 당연해진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OST인 帰らざる日々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을 들으며 슬퍼지는 것은, 비단 멜로디의 선율이 슬퍼서가 아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나의 자유가 통제되고 있는 이 상황이, 그리고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작금의 사태가 너무나 슬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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